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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필요한 시장 따로 있어
기간산업 무리한 분할 안돼
이념 따른 공기업 정책 아닌
국민편익 기준으로 따지길
SRT를 출범시킨 지 10년 만에 정부는 KTX와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을 촉진하겠다며 회사를 분리했던 정부가 다시 합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철도뿐 아니라 전력, 수도, 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경제학에는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 경쟁회사가 많을수록 효율이 높아지는 산업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자가 운영하는 편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 효율적인 산업을 말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철도 선로를 코레일이 하나 깔았는데 경쟁을 위해 다른 회사가 옆에 또 하나의 선로를 건설한다면 국민의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높다. 송전망도 마찬가지다. 전력회사가 경쟁한다고 전봇대를 두 배로 세우고 송전선을 두 배로 설치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낭비다. 수도관, 철도망, 송전망처럼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산업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경쟁정책은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경쟁이 가능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는 경쟁과 민영화가 혁신과 효율성을 높인다. 반면 자연독점 산업에서는 무리하게 경쟁을 도입하면 중복 투자와 운영비 증가, 서비스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경쟁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KTX와 SRT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두 회사는 모두 공기업으로 민영화 사례는 아니다. 정부는 운영 주체를 분리해 경쟁을 유도했지만, 선로와 관제, 차량 운영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구조였다. 결국 좌석 운영의 비효율, 예약 시스템 이원화, 중복 조직 운영 등의 문제가 나타났고, 최근에는 경쟁의 편익보다 통합의 효율성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다시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자연독점 산업에서는 형식적인 경쟁보다 네트워크의 통합 운영이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전력산업은 어떨까. 중요한 것은 전력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능별로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송전과 배전은 대표적인 자연독점 분야다. 전국에 송전망과 배전망을 중복 건설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므로 공공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발전은 다르다. 발전은 여러 사업자가 경쟁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발전 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화력발전회사로 분리하고, 공기업과 민간 발전회사가 함께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다만 여기에서도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정부가 소유한 6개 발전회사를 계속 별도로 유지하는 것이 실제 경쟁을 촉진하는지, 아니면 규모의 경제를 약화시키고 중복 비용만 늘리는지는 냉정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해서 경쟁의 방식까지 항상 최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을 유지하더라도 공기업 간 인위적인 분할이 바람직한지, 민간과의 경쟁을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는 객관적인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결국 민영화와 국유화, 경쟁과 독점은 서로 대립하는 이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산업의 특성이다. 경쟁이 가능한 시장에는 경쟁을, 자연독점 분야에는 통합 운영을, 공공성이 요구되는 영역에는 적절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경제학이 제시하는 원칙이다. 산업의 특성을 외면한 채 경쟁을 만능으로 여기거나, 반대로 공공독점을 절대시하는 접근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시장구조와 성격 그리고 국민의 편익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것이 공기업 통합 논쟁의 올바른 기준이다.

[김형배 더킴로펌 고문, 연세대 법무·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출처: https://media.naver.com/press/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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