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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乙)의 눈물을 제대로 닦으려면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

24-01-1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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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일 중소사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거래 관련 6개 법률에 흩어져 있는 분쟁조정제도를 통합하는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 공정거래 분쟁조정제도는 2008년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후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등 6개 법률에 순차적으로 도입되었다. 갑(甲)의 불공정거래행위로부터 을(乙)을 보호하기 위한 동일한 목적의 제도이나, 6개 법률에 있는 내용과 절차 등이 서로 달라 통일성과 일관성을 훼손하고 효율적 운영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 흩어진 규정을 하나로 묶어 '공정거래 관련 분쟁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시급하다.


중소사업자와 소상공인은 불공정거래행위로부터 입은 피해를 직접 구제받길 절실히 원한다. 이들이 경험하는 피해의 대부분은 금전적 손해와 거래중단 같은 사적 문제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법집행의 기본적 수단은 시장질서 회복을 위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같은 공적 제재이지 금전적 손해와 거래중단 같은 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공적법집행만으로는 을의 피해를 제대로 구제할 수가 없다.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피해를 직접 구제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나,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이기기도 쉽지 않다. 소송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고 비용도 패자가 부담하는 승자독식 구조다.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에 생업을 포기하고 소송에 매달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모든 것을 걸었기에 질 경우 상실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자금력과 조직이 열악한 을이 갑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러기에 피해를 당해 억울함에도 눈물을 머금고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소사업자와 소상공인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적법집행과 사적법집행의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조정·중재와 같은 대체적분쟁해결제도(ADR)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ADR은 대화를 통한 양보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므로 승자독식의 소송과는 달리 윈-윈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돈과 시간도 소송에 비해 훨씬 덜 든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경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ADR이 가장 잘 정착된 분야가 공정거래분야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거래 분쟁 처리 건수는 놀라운 속도로 증가했다. 제도가 도입된 2008년 당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처리한 수는 433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3,151건으로 7배 증가하였다. 그 결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돌아간 금전적 혜택이 2008년 141억 원에서 2023년 1,308억 원으로 약 9배 늘어났다.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조정 당사자들의 만족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을에 해당하는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들의 만족 수준이 더 낮다는 것은 뼈아프게 들린다. 처리기간이 오래 걸리거나 성립이 안 되어 실망스럽다는 목소리는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한다. 피해로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들고 사업을 접거나 문을 닫아야 하는 딱한 경우도 많다. 제도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법 제정도 물론 시급하다. 더 시급한 문제는 조정사건 처리기간을 줄이고 성립률을 높이는 것이다.


출처 :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 (더킴로펌 공정거래그룹 김형배 고문)